요즘 많이 솔직해졌다. 예전에는 해서는 안될말이라고 생각했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쌍욕을 하고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제는 대학원 입학 동기가 고민이 있다며, 상담 요청을 해왔다. 그 사람이나 나나 모두 '병신'이기는 매한가지 인데, 같은 '병신'끼리 무슨 상담을 한다고 나한테 상담요청을 했는지 모르지만....
'상담'이라고 이름붙여진 그 시간은 결국 그 사람의 요즘 근황을 나에게 '일방적으로' 토로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의 결백함 그리고 당당함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그 사람을 처음 봤을 때 부터 느꼈던 생각이지만, 그 사람은 뭔가 이 동네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동네에서 하는 공부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었고, 기초지식이 없다면 그것을 쌓아야할 의지도 없어보였고, 그럴 생각 조차 하지 않았다. 매일 하는 말은 '어렵다', '못해먹겠다', '힘들다' 였다. 전형적인 '학력 세탁 추구자'의 본보기였다. 같은 대학 학부에서 대학원으로 진학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난 그 사람의 '표적'이 되었다. 처음엔 몰랐는데,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니 대학원 동기들의 학력이 접근도의 차이를 말해주고 있었다. A양은 이대를 나왔기 때문에 친해지고, B군은 연대를 나왔기 때문에 친해지고, C양은 지방대를 나왔기 때문에 별로 관심도 없고. 뭐 이런 식이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나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는 그 사람에게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있으면 도와주는 식이었다. 신림동 뒷골목에서 배운 기초지식도 있겠다 해서 그 사람에게 대학원 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책들을 추천해주었다. 그 책들을 읽었을리 만무하다. 후일 내가 들은 가장 충격적인 말은 " 저 대학원에 남편감 만나러 왔어요." 였으니.. 아무튼 이 사람이 내게 토로,호소,선포한 내용은 이 사람이 정말 제정신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다라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외국 교수 T와의 친분을 자랑하며, 그 교수의 지인인 우리학과 교수 X의 조교를 하면서 잡다한 사무를 자신이 다 처리한다는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다른 조교와 트러블이 생겼으며,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학과 사람들이 자신을 나쁘게 본다는 뭐 그런이야기였다. 그 사람의 결론은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외국 교수 T의 든든한 후원 아래, X 교수의 조교를 하면서, T 교수가 있는 나라로 가서 박사학위를 받을 것임을 선포하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나는 단 한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이 사람이 그 T교수와 X교수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람이 T교수를 알게 된 것은, T교수가 우리학교를 방문해 우리학과가 주최한 학술회의에서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앉아있다가 우연히 T교수의 눈에 띄게 된 그 때부터였다. 이후 T교수는 이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 계속 접촉을 시도했고, 결국 겨울방학 기간 중 이 사람은 T교수가 있는 유럽을 다녀왔다. 그 때 T교수는 그녀를 키워 주겠으니 석사를 마친후 유럽으로 올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후 T교수는 우리과 X교수에게 연락하여 이 사람을 잘 부탁한다고 했고.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학술회의 발표장에서 발표하는 교수가 청중으로 앉아있는 여학생에게 자신이 키워줄테니 본인의 나라로 오라고 말할 수 있을까? 교수가 그 여학생이 발표하는 것을 듣거나 같이 세미나를 해서 그 학생의 잠재력을 발견했다면 일견 이해하고도 남지만, 그저 청중으로 앉아있었던 여학생에게 외국인 중년 교수가 그런 제안을 했다는 건 내 상식선에선 이해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어찌하였든, 그녀의 이야기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았기에. 그 사람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 지금 곰곰이 잘 생각해보세요. 교수들 잡일 처리해준다고 이곳 저곳 뛰어다니는 걸 자랑처럼 말하고 다니는데, 그럼 공부는 언제하나요? 본인이 교수들 잡무 처리해주는 거 잘하면 박사학위는 알아서 나오는 건가요?, 그렇게 뛰어다니다가 공부는 하나도 못하고 여차저차 해서 석사는 마쳤다고 해도, 독일어 한마디 못하면서 독일 가서 박사는 어떻게 하시려구요? T교수든 X교수든 밑에 있는 대학원생들은 많고 당신보다 일처리 잘해줄 조교들도 많죠. 왜 그들이 당신에게 호의를 베푸는지, 그리고 왜 당신이 공부할 시간도 없이 직원처럼 뛰어다니는지 잘 생각해보세요. 인생 너무 쉽게 살면 안되죠. 본인이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고. " 후련하다. 그 사람이 교수들을 이용하는 건지, 교수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이제 그 사람이 알아서 살겠지. 그런 부류의 사람들 고민 들어줄 만큼 한가하지는 않으니까. |
카테고리
메모장
최근 등록된 덧글
strawberry perfume w..
by strawberry perfume w at 12/28 댓글은 연고생들인듯 by 음 at 12/20 flat shoes by flat shoes at 12/18 우연히 글을 읽고 예전에.. by 자유인 at 12/09 힘내시게 후배님. 더 나.. by gramsci01 at 11/12 ㅋㅋㅋㅋㅋㅋㅋㅋ by 암나 at 09/13 저는 후배중 한명이고 저.. by ㅁ at 09/13 최근 등록된 트랙백
"조선족"..
by 행복한 자유인 ★ 친구나 우정 by 초하뮤지엄.넷 choha.. 6.25 전사자 유해 발굴 .. by 정책공감 - 소통하는 정.. 한국전쟁(6.25 전쟁) 5.. by Image Generator V4 보도방 성매매 알선한 .. by Green Monkey Blog** [성윤리] 불륜, 그 참.. by 진리의 길 간통죄 by Zihuatanejo 메뉴릿
이글루링크
이글루 파인더
태그
바퀴벌레인생
공공의적
학교
허위
부이
불쌍한비정규직
대학교직원부터
교직원
겸임교수
지오반니아리기
톈진
장춘
구조조정은
엘리트의식
달이차오른다
만주
헌책방
노무현
GiovanniArrighi
학생이주인되는
장기하
중국
진중권
친구
베이징
대학원생
시간강사
연고전
꿈
기본증명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