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 고양이
2008/08/27   1주일 굶은 고양이 구출작전 [303]
1주일 굶은 고양이 구출작전
1주일 전쯤 부터 제가 공부하는 연구실 옆 건물에서 고양이의 가냘픈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학교가 산 밑에 있어서 그런지 고양이 울음소리는 이제 개 짖는 소리만큼이나 익숙한 소리이지만, 왠지 더 구슬프게 들려오는게 며칠은 굶은 울음소리였습니다. 저러다 말겠지 했는데, 그게 1주일이나 흘렀습니다. 오늘 자세히 보니 고양이는 옆 건물 맨 윗층인 6층의 천장에 낀 상태였습니다. 어떻게 저기까지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갇힌 모습입니다.
왼쪽 사진의 빨간 동그라미가 고양이가 1주일간 지내던 곳입니다.


이 사진은 고양이를 구출해낸 이후 찍은 사진입니다. 고양이는 시멘트와 철제 천장 사이에 몸이 껴서 뛰어내리지도 못하고 옥상으로 기어오르지도 못하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고양이 구출을 위해 동물구호단체에 전화로 문의해봤으나, 직접 올 수는 없다는 말을 듣고 후배와 함께 직접 구출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옆 건물 관리인 아저씨게 말씀드리고 옥상 출입 허가를 받았습니다. 관리인 아저씨께서도 그 고양이를 익히 알고 계신 바, " 나중에 굶어죽으면 구더기도 생기고 냄새도 심할텐데, 학생들이 한번 잘 구조해봐" 라고 하시면서 흔쾌히 옥상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제가 생각해낸 방법은 이렇습니다. 아래 사진의 파란 양동이를 밧줄로 묶어 양동이 안에 음식을 조금 넣었습니다. 그래서 1주일간 굶은 고양이가 음식 냄새를 맡고 양동이 속으로 쏙 빠져서 음식물을 냠냠 먹고 있는 동안 재빨리 밧줄을 끌어당겨 옥상으로 안전하게 구조하는 방안입니다. 

(위의사진)양동이 손잡이 부근에 고양이의 누런 털이 보입니다. 양동이를 이렇게 설치해놓고 나서 2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 동안 많이 굶었으면서도 선뜻 양동이 속으로 들어가 음식을 먹을 생각을 못하는 모양입니다. 겁이 났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고양이 입장에서도 발을 헛디디면 약 40미터 아래로 떨어질텐데, 그것도 무서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위의 사진)고양이가 머리를 내밀고 양동이 속의 음식물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구출 작전 전에는 그 벌어진 틈이 매우 작아서 새끼 고양이 일것으로 추측했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제법 큰 고양이 입니다.


(위의 사진) 드디어 고양이가 양동이 속에 어느 정도 몸을 삽입(?) 한 것 같습니다. 

 
(위의 사진) 바로 윗 사진을 확대한 모습입니다. 이 장면을 보고 저와 후배는 바로 옥상으로 뛰어 올라갔고 고양이가 완전히 양동이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을 파악한 다음 밧줄 양쪽을 천천히 들어올렸습니다. 밧줄을 들어올리면서 혹시 있을지도 모를 고양이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양동이의 뚜껑을 씌우려던 순간, 고양이는 저와 후배의 얼굴을 보더니 양동이 안에서 움찔하면서 양동이에서 튕겨져 나왔습니다. 고양이의 추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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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층 높이 옥상에서 저와 후배는 망연자실해 하고 있었고 밑에서 구출작전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고양이가 양동이에서 벗어나서 추락하자 다같이 탄식을 했습니다. "아......" 그런데 밑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 와~~" 하고 환호를 했습니다.  양동이에서 떨어진 고양이가 다행히도 나무에 걸리고 난 후 다시 네 발로 땅에 무사히 착지 한 것입니다. 저는 이 광경을 보지 못했으나, 고양이가 재빠르게 뛰어서 도망가는 것은 옥상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밑에 계신 선배 한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고양이는 높은데서 떨어져도 쉽게 다치거나 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나무가지에 걸려서 추락했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하셨습니다. 고양이를 구출하긴 구출했는데, 뭔가 찜찜합니다. 마지막에 양동이에서 놓치지만 않았더라도, 더욱 더 안전하게 구출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불쌍한 고양이가  그 좁은 틈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앞으로는 부디 굶지말고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달은 아주 소중한 날이었습니다.

-------------내용추가----------------
다음 블로거뉴스 베스트에 올라갔네요.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플 중에 동물보호단체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어서 해명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설명을 미진하게 한 것 같아서 괜히 동물보호단체가 욕을 먹어선 안되겠죠^^

사실은 이렇습니다. 동물보호단체에 전화로 문의를 하였으나,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는 인력과 장비가 현재 없는 관계로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전화받는 분께 제가 생각한 구조 방법 (양동이 + 밧줄+음식물)을 말씀드렸고, 전화받는 분께서는 좋은 방법이라고 하시면서, 혹시 고양이가 놀라서 뛰어내릴 수도 있으니 양동이 뚜껑을 꼭 준비해서 대처해주길 부탁하셨습니다. 동물보호단체도 비영리 단체이면서 각종 동물을 구조/보호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이런 단체에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것이 저로서도 안타깝습니다.


by 달구 | 2008/08/27 18:45 | 生의 한 가운데 | 트랙백(1) | 덧글(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