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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큰아버지 라고 부르는 분은 사실 아버지의 친형이 아니라, 아버지의 사촌형님이다. 즉, 할아버지의 형님의 아들인데, 내가 그를 큰아버지라고 부르게 된 사연은 6.25로 거슬러 올라간다. 1941년생인 첫째 큰아버지는 10살 되던 해, 1948년생 둘째 큰아버지는 3살되던해, 1950년 그들의 아버지를 잃었다. 그의 아버지 즉, 나의 큰할아버지는 6.25 당시 마을 이장을 맡고 계셨다고 한다.
1950년 6월 25일 시작된 전쟁은 모두 다 알다시피 북한군은 무서운 속도로 남하했다. 경기도의 조그만 시골마을도 인민군이 들어닥치기 시작했다. 문제는 유엔군과 남한군이 서울을 수복한 9월 28일 이후에 벌어졌다. 남한군이 수복한 지역을 점령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소위 '부역자' 색출작업에 나섰다. 그 때, 마을 이장을 맡고 계셨던 큰할아버지는 누군가의 모함으로 인해 읍내 한복판에서 총살당하셨다. 전시라서 그랬을까? 재판도 없고, 자기변호의 기회도 없이 누군가가 큰할아버지를 향해 내민 손가락으로인해 그는 아무말도 못하고 총살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적에, 큰할아버지의 제삿날에 나에게 들려주신 이야기에 의하면, 할아버지는 형님의 시신을 수습해야겠다는 생각에 한밤중에 산처럼 쌓여있는 시체더미에서 미친듯이 형님의 시신을 찾다가 군인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면 죽은 사람인 듯 엎드려 계셨다고 한다. 당시 남한군은 총살당한 시체를 가족이 수습하지 못하게했다고 한다. 간신히 형님의 시신을 찾은 할아버지는 형님을 들쳐업고 엉엉 울면서 집 근처 야산에 형님의 시체를 모셨다고한다. 할아버지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셨는데, 그 때마다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시곤 했다. 할아버지는 형님을 잃었고, 큰아버지는 아버지를 잃었다. 할아버지는 큰집까지 부양해야했고, 형님의 자녀들은 그의 자녀가 되었다. 가족중 한사람이 인민군부역자의 죄목으로 총살당했다는 사실은 그 이후 우리 가족의 크나큰 멍에가 되었다. 실제로 큰할아버지는 인민군에 부역하지 않았지만, 인민군부역자로 낙인 찍힌 집안은 언제라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집안으로 인식되었다고한다. 1948년생인 둘째 큰아버지는 시골에서 소팔고 논팔아서 그 돈으로 대학을 다니셨다. 외무고시 공부를 하셨는데, 시험성적은 우수했지만, 연거푸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나중에 면접관이 하는 말이 "당신은 신원조회에서 자꾸 걸려, 집안에 문제가있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없이 자란것도 슬픈데, 그 아버지가 빨갱이로 몰려 총살당한 사실은 그의 진로까지도 가로막았던 것이다. 6.25로 인한 슬픔은 우리 민족 누구나 갖고있는 것이겠지만, 우리 가족은 한 사람의 모함으로 너무 많은 것이 달라져버렸다. 만약 그때 큰할아버지가 동네 이장이 아니었다면, 큰할아버지를 모함하고 밀고했던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니,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모함도 없었을테고, 총살도 없었을테고, 죽는 사람도 없었을텐데.. 지나간 역사에 '만약 ~이라면'은 성립하지 않지만, 만약 그랬다면 6.25에 대한 아픈기억 때문에 평생을 힘들게 사는 사람이 없었을텐데 말이다. 우리 가족을 포함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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