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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창영 선생님을 처음 만난 것은 2002년 봄이었다. 등록금 투쟁을 하던 당시 학생대오는 본관으로 갔다.총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총장실이 있는 본관 건물 2층에서 학생 약 200여명이 총장 면담을 요구하면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내가 앉아있던 곳은 대외부총장실 문 앞이었다. 두시간 정도 지났을까 ?
대외부총장실 문이 열렸다. 문을 빠꼼히 열고 복도를 내다본 부총장님은, "학생들 고생하네" 라고 하시면서 "그런데 여러분 밥은 먹었어요 ?" 라고 물으셨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학생들이 "아니요" 라고 외쳤다. 문 앞에 제일 가까이 앉아있던 나에게 부총장님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하셨다. 부총장님이 냉장고를 여시더니 자유시간 두 상자와 선물로 받으신 듯 한 음료수 상자 한 개를 꺼내셨다. "이거 많진 않은데, 학생들하고 나누어 먹어, 등록금투쟁도 좋지만 밥은 먹고 다녀야지.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건데." 부총장님이 바로 정창영 선생님이었다. 그를 다시 만난 건 2003년 2학기 그의 수업 "경제원론" 시간에서 였다. 그 때 나는 1년간의 휴학을 마치고, 9월에 복학한 상태였다. 2003년 5월에 척추 수술을 받고, 어느정도 회복이 된 듯 싶었고, 집에서 지내면서 감옥 아닌 감옥 생활에 지쳐있었다. 그의 수업은 매주 월,수,금 아침 9시 부터 10시까지였다. 월요일 첫 수업을 정창영 선생님 수업으로 시작하는 것은 그 당시 나에게 매우 유익한 일이었다. 한 주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었다. 수술 후 재활치료가 완벽히 끝난 상태가 아니라서, 가끔씩 병원에 가야했다. 주치의 선생님의 진료 스케쥴에 맞춰야 했기 때문에, 가끔 수업에 빠질 때가 있었다. 주로 아침 첫 시간에 진료와 치료를 받아야했기에, 정창영 선생님의 수업에 몇 번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께 나의 사정을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수업에 빠져도되니 치료 잘 받고 오라고하셨다. 그 이후 부터 선생님은 수업이 끝날 때마다 나에게 몸은 좀 어떻냐고 물으셨다. 고마웠다. 60을 넘긴 노교수가 타과 학생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셨으니.. 그렇게 , 고마운 마음 속에서 2003년 2학기를 마치게 되었고 , 다음 해 정창영 선생님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발탁되어 학교를 떠나게 된 김우식 前 총장의 뒤를 이어, 연세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총장으로 취임하신 이후에도 , 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관심은 정말 고마웠다. 대강당에서 열린 채플에서 선생님은 학생들이 앉은 의자를 보시고 ," 이거 불편해서 앉아있을 수 있어?"라고 말씀하신후 대강당이 리모델링되었다. 이전 총장님이나 채플에 강사로 오신 많은 분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 하기 바빴는데, 총장이 된 후 채플 강사로 연단에 오른 선생님은 학생들을 생각했던 것이다. 선생님이 총장이 되고 난 후 , 중앙 도서관이나 학생회관에 자주 오시는 모습을 봤다. 중앙도서관에서 선생님을 뵙고 "왠일로 여기 오셨어요? "라고 묻자 선생님은 "학생들이 어떤 환경에서 공부하는지 보고싶어서 왔지." 라고 말씀하셨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행동했던 것은 아니었다. 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명절 때마다 각 건물 경비실을 돌아다니면서 , 명절에도 쉬지못하는 경비아저씨들을 찾아 명절 인사를 하는것을 봤다. 이게 바로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섬김의 리더십"이었다. 그렇게 인자하신 교육자였던 선생님께서 , 작년에 불명예스럽게 총장 직을 사퇴하셨다. 부인의 금품수수의혹으로 그는 학교 내외의 거센 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난 안타까웠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선생님의 아드님께서 사업실패로 큰 빚을 지고 있었고, 그래서 사모님이 그 유혹에 넘어갔던 것이라고.. 진실이야 어찌됐든, 총장에서 물러난 선생님은 참 안타까웠다. 얼마전, 학교 정문에서 퇴근하시는 선생님을 만났다.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나를 못 알아보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유난히도 축 쳐진 선생님의 어깨가 나를 더 우울하게 했다. 선생님! 지나간 일은 잊고, 다시 그 인자한 미소를 보여주시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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