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는 위장전입, 여기는 위장청강
얼마전 국무위원 청문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 중의 하나는 후보자들의 위장전입 문제였다. 뭐, 이명박 정부 들어서 위장전입 문제는 이미 '죄송'하다 한마디면 끝나는 문제로 아주 쉽게 사소한 문제가 되어 버렸지만 말이다. 요즘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니 위장전입 만큼 중요한 문제가 "위장청강" 문제인 듯 하다. 

어제, 나는 학과 조교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석사 학위 과정의 모든 수업을 다 수강했고, 종합시험과 어학시험도 통과한 나는 요즘 GRE공부와 석사학위 논문 구상 작업 중이다. 학과 조교의 전화는 나를 매우 불쾌하게 했는데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1. 모 교수의 대학원 수업의 수강 신청 인원이 현재 2명이다.

2. 3명이 되지 않으면 수업은 폐강된다. 

3. 등록 청강생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수강 정원 3명을 유지하기 때문에 수업은 폐강되지 않는다. 

4. 모 교수는 본인의 수업이 폐강되는 것을 수치로 여긴다. 

5. 학과 조교들은 알아서 긴다. 

6. 결국 수업 출석부에 이름을 올릴 '위장청강생'이 필요하다. 

7. '위장청강생'중의 대상자 중 한명이 나다. 

이런 배경이다. 

모 교수는 본인의 수업이 왜 폐강 위기에 놓였는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학교에 규정된 대로 어떻게든 3명의 수강인원을
확보하면 그만이다. 그게 정식 수강 이든, 위장 청강이든 상관없다. 그저 수업만 열리면 된다. 다른 교수들에게 쪽 팔리지만 않으면 된다. 뭐 이런 생각인 듯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소비자인 학생들의 권리는 철저히 무시된다. 권리가 무시되는 것은 둘째 치고,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옹졸한 사고 방식이 학생으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게 만든다. 결국 나는 '위장청강생'이 되길 거절했지만, 누군가가 '위장청강생'이 되었을 테고, 그 '위장 청강생'은 그 거짓 행동의 공범이 되었다. 

물론, '위장 청강생'을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의 순수 수강신청자들의 수업을 들을 권리와 교수가 수업을 할 권리는 소중하다. 그러나, 누군가의 양심을 속여가면서, 거짓말로 규정을 악용하면서, 그들이  얻게되는 권리가 과연 정당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학원 이라는 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곳이 '배움'을 목적으로 하는지 정말 의문일 때가 많다.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서 수업을 한다지만, 적어도 내 생각에는 '지식'보다 소중한 것은 '정직' '사람됨'이 아닐까 싶다.  부모가 자식 교육을 위해 '위장 전입'을 하고, 교수가 수업 진행을 위해 '위장 청강'을 지시하는 사회가 과연 떳떳한 사회인지 모르겠다. 

저기는 위장전입, 여기는 위장청강. 
참 아름다운 사회이다. 젠장!
by 달구 | 2010/09/09 17:41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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