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하는 사람들
지하철에서 가끔 혼잣말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물건 파는 상인도 아니고, 구걸하는 사람도 아니다. 그냥 혼잣말 하는 사람들.
이런 혼잣말하는 사람이 지하철 옆자리에 앉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고 고민한 적이 있었는데.
그럴땐 그냥 지하철에서 내려서 옆칸으로 옮겨 타는 방법이 제일 편하다. 혼잣말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이라고 나름 생각하고 있는데, 혼잣말 하는 사람이 혼잣말 하다가 옆에 앉은 사람이 그냥 일어나서 다른 자리로 가버리게 되면, 그건 쫌 그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 일 같다. 그래서 그냥 다음 역에서 내리는 듯 일어서서 문이 열리면 내린 후 다른 칸으로 이동한다. 그게 서로를 위해서 제일 깔끔한 방법인 듯 싶다.

오늘은 도서관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온갖 상상을 다 하고 있었는데, 말소리가 들려서 옆을 쳐다보니 20대 초반의 학부생 처럼 보이는 젊은이가 말을 하고 있었다. 핸즈프리를 이용한 전화 통화인줄 알았는데. 그냥 혼잣말을 하고 있다. 굳이 입을 통해 소리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그런 혼잣말. 머리 속에서 나는 생각을 그냥 주저리주저리 말하고 있는 걸 듣고 있자니 민망해졌다. "오늘은 공부가 잘 되니까 저녁 늦게까지 공부해야지" " 담배맛이 나빠지지 않으니 담배를 못 끊겠다." 이런 말들을 듣는 사람도 없이 그냥 하고 있는 그 젊은이를 보니, 세상 참 살기 어려워졌나. 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나는 그 자리에서 피우던 담배를 끝까지 피우지 않고 슬그머니 재떨이에 던져놓고 자리를 떴다. 담배를 들고 이동하면, 그 어린 학부생한테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사위인 김지하 시인이 반공법 위반으로 교도소에서 들어갔다가 석방되면서 한 첫마디가
" 내가 미쳤는지, 세월이 미쳤는지..." 였단다. 요즘 나의 심리상태가 딱 그런 것 같다. 

이 글을 쓰면서 불현듯 드는 생각이, 나는 이 블로그에서 혼잣말을 씨부리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혹시라도 어쩌다가 우연히 이 블로그에 들어오셔서 나의 혼잣말을 보고 계시다면, 조용히 다른 블로그로 가시면 될 듯하다. 
혼잣말 하는 사람은 다 혼잣말 하는 이유가 있으니.... 불쾌한 표정 짓지 마시고, 그냥 조용히 자리를 뜨시라. 

세월이 하도 수상하니......     
by 달구 | 2010/07/08 19:24 | 生의 한 가운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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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행인 at 2010/07/08 20:04
흔적없이 가려고 했는데 그러면 글쓴이가 민망해 하실것 같아서 이렇게 흔적이라도 남기고 갑니다. *^^*
Commented by 슈리 at 2010/07/08 21:40
크하하. 결론도 재미있네요.
Commented by 행인II at 2010/11/16 07:37
흔적없이 가려고 했는데 그러면 글쓴이가 민망해 하실것 같아서 이렇게 흔적이라도 남기고 갑니다. *^^*
Commented by 행인3 at 2011/05/12 21:17
으허허 잘 봤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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