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인생으로부터의 교훈
지금까지 서른살 조금 못되게 살면서, 바퀴벌레처럼 산 적은 없지만 바퀴벌레 취급을 당해본 적은 있다. 고시생 시절, 내가 공부하던 고시반은 앞으로는 교수 연구실, 옆으로는 대학원 연구실이 있었다. 원래 그 고시반이 그 곳에 들어서기전에 그 곳은 철학과 대학원 연구실이었다고 들었다. 철학과 대학원생들이 보기에 고시반에 몇년 씩 기거하면서 합격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빨리 다른 진로를 찾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지도 않은 "고시생"은 그야말로 바퀴벌레 처럼 느껴졌을 테다. 돈 한푼 학교에 안 내면서 엄연히 한 공간 차지하고 앉아있는 고시생들에게 연구실을 빼앗겨버린 대학원생들의 기분은 그야 말로 똥이었을 거다.

대학원생은 1년에 학교에 내는 등록금은 1천만원 가까이 되는데, 대학원생 연구실도 몇자리 없어서 공부할 곳도 없는 대다수의 대학원생들에게 고시반은 그야말로 바퀴벌레의 서식지였던 것이다. 물론 나는 내가 고시공부를 하면서도 한번도 바퀴벌레 짓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다. 열심히 했고, 내 능력이 되지 않아서 합격을 못했고, 미련없이 고시계를 떠났으니.

공부의 길에 접어들어 대학원에 왔는데, 여기 대학원에도 어김없이 바퀴벌레들이 있다. 내가 있는 과에 대학원생이 50명이 넘는데, 공동연구실은 9석 뿐이다. 이 아홉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기본이 석사 5학기. 어떤 사람은 석사 8학기 생도 있다. 이들이 왜 이렇게 오래도록 연구실에 머물려있을까하는 의문은 대학원에 입학하고 1달도 채 지나지 않아서 알아버렸다.  대학원 간판 따러 들어왔는데, 취업시장은 어렵고, 그렇다고 계속 공부하자니 그럴 생각도, 의지도, 능력도 없다. 그래서 그냥 머물러 있는 거다.

떡 하니 자리 차지 하고 앉아서 이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고 있자니, 세상 참 별 인간 다 있다 싶은 생각이다. 낮은 학기 학생도 연구실에 자리잡고 앉아서 공부하고 싶지만, 누구는 3년째 자리잡고 앉아있고, 누구는 졸업할 때가 다 되어서도 연구실에 한번 앉아보지도 못한다. 학기 순서대로 연구실을 배정하는 병신같은 원칙 때문이다. 결국, 박사과정 진학할 것도 아니고 취업할 것도 아니고 그냥 연구실에 이름 걸어놓고 있는 못난 언니들. 

못난 언니들을 대표하는 두 명이 있는데, 이들의 일과는 아주 단순하다. 아침 10시 30분 등교, 11시 30분 까지 대표 언니 둘이 신문보면서 수다 떨기. 11시 30분 점심식사 하러가기. 1시에 돌아와서 양치하고 뭐하고 2시. 2시에 앉아서 토익책 좀 깔짝대다가 2-3년째 같은 책상에서 엎드려 졸기. 4시에 일어나서 정신 차린답시고 커피마시기. 5시에 퇴근. 

해가 지고 난 뒤, 학교에서 이 두 언니들을 볼 수는 없다. 집에 가서 공부하는지 뭐 하는지 알거 없지만, 수업도 없으면서 학교에는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 바퀴벌레 언니 중 한명이 요 근래 아주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연구실 실원이 아니면서 연구실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연구실 열쇠 반납을 요구한다. 연구실에 있는 물품의 보안을 위한다 함이지만, 고작 토익 책 몇권에 수업교재 제본한 책 몇권 가지고 있는게 전부인 사람들이 무슨 보안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철저히 자신들만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심산인지 모르겠다.
 
그들을 보고 배우는 것이 참 많다. 저렇게 인생을 낭비하면서 살면 안된다는 것. 그들에게 배울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교훈이다.
by 달구 | 2009/09/25 17:07 | 삐딱이의 시선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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