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전에 대한 단상
2001년 대학에 입학한 이래, 연고전 때마다 왠지 모를 기분나쁨이 머리 속을 맴돈다. 내 스스로 '연세인' 이라는 정체성이 거의 없는 탓도 있겠지만. 신입생때부터 대학원생인 지금까지 느끼는 한결같은 생각은 "연고전 그런거 왜 해?" 로 요약된다. 
363일을 서로에 대한 무관심, 학교에 대한 무관심, 오로지 학점과 취업 등등만 생각하다가 1년에 2일, 아니 아카라카까지 3일. 그러니까 1년에 총 3일만 "연세인"이 하나가 된다.

연고전의 역사야 누구나 다 알테지만, 식민지 시절에 군사독재 시절에 데모를 그럴싸하게 하는 아주 의미깊은 연고전이었다 하지만, 요즘의 연고전은 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운동부 선수들의 경기를 목이 터져라 응원하지만, 정작 대한민국에 럭비 팀이 있는지, 있으면 몇개의 실업팀이 있는지는 아무것도 모른다. 혹자는 경기를 보러 가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응원하면서 즐기는게 더 중요한 거라고 말들 하지만, 응원이 좋은 사람은 그냥 FC서울 서포터스 하고 두산 베어스 팬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FC서울 서포터스나 두산 베어스 팬은 경기장에 가서 응원을 못하더라도 경기결과 선수동향 이런 거는 잘 알고 있다. 이에 비해 가을날 이틀을 잠실벌에서 소리지리는 연세인들은 어떠한가? 자기 학교 운동부 선수들의 이름을 몇명이나 아는지, 그 선수들이 졸업 후 어떤 진로를 걷게 되는지, 아무것도 아는게 없다. 

명문 사학이라는 말도 안되는 타이틀을 갖다 붙이면서, 병신같은 엘리트 주의에 다름아니다. 공부는 거의 안 하면서, 사회적 책임은 전혀 부담하지 않으면서, 연세대니 고려대니 학교 이름 들먹이면서 병신 짓거리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부끄럽다. 새까만 후배님들아. 엘리트니 명문 사학이니 이딴 말 집어치우고 책 좀 읽자. 공부 좀 하자. 생각 좀 하자. 그게 연고전 가서 부들부들 몸 떨면서 땀흘리는 것보다 당신들 인생에 훨씬 더 이롭다.  
by 달구 | 2009/09/11 21:17 | 生의 한 가운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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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t 2009/09/13 17:11
새까만 후배가 글씁니다. 저역시 고시준비하느라 중도에 있었습니다만.. 쓰신 내용중에서 선수들의 이름과 진로를 모르면 응원하면 안된다는 논리의 타당성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그러는 글쓴이께서는 2002 축구 국가대표들이 지금 뭐하고 있는지 다 알고 계신가요? WBC, 김연아, 박태환, 장미란을 응원하시지 않으셨나요?
게다가 엘리트 의식을 비판하시면서 굳이 자신이 연세대 출신이라는 것을 밝히는 글쓴이 분 역시도 엘리트 의식에 빠져있는것 같네요. 그런 사실을 밝히지 않고 논리로써 설득하셨으면 하네요.
좋은글 잘봤습니다.
Commented by 아무것도 at 2009/09/13 17:18
이런글 쓰면서 허세부릴 시간에 책 좀 읽자. 공부 좀 하자. 생각 좀 하자.
Commented by 암나 at 2009/09/13 18:29
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at 2009/09/13 17:34
저는 후배중 한명이고 저도 이번 연고전은 가지 않았지만
한마디 말씀드리자면 글쓴님은 살면서 1분1초도 허비하지 않고 모두 생산성 있는 일에만 투자 하신다고 자신하십니까?
글쓴분 논리대로라면 영화도 보면 안되고 친구도 만나면 안되고 앞으로의 인생에 도움 되는 일이 아니면
아무것도 하면 안되는겁니까?
연고전 가서 몸 부들부들떨면서 응원하는거 글쓴님 말대로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 하등 도움이 안되는 일일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하면서 즐겁다고 느끼고 재밌게 놀다 오면 그걸로 된거 아닐까요?
선수들 이름 모르고 스포츠에 대해서 잘 모르면 응원하면 안됩니까?
물론 주변 사람들한테 연고전으로 인해 피해주는 점이 있다면 분명 시정해야 할 점이지만
연고전을 가서 즐기고 응원하는 수천명의 그 많은 사람들을 한순간에 병신 만들어 버리는 이런글이
그다지 달갑게 느껴지진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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