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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이름모를 분들께, 조금 늦었지만 2010년 새해 인사를 드립니다. 20대의 마지막 1년을 맞이했습니다. 아직 20대를 회고할 나이는 아니지만, 20대의 마지막 해를 잘 마무리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서울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고 합니다. 모두들 몸 건강히 즐거운 생활 되시길 바라며.
지난주 금요일에 거의 3년만에 학부시절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연락도 잘 안하고, 잘 만나지도 않는 친구가 전화를 건다는 사실은 십중팔구 그의 결혼 혹은 부고를 알리는 일이다. 핸드폰에 뜬 이름을 보고 의아해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역시 나의 첫 마디는 "오랜만이네, 왠일이야?" 였다. 물론, 부고 일지도 모르니 최대한 차분하게 전화를 받았다. 간단히 인사를 한 그 친구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너 대학원 잘 다니고 있어?" 라고 물었다. 뜬금없이 전화해서 "대학원 잘 다니고 있냐?"라니... 이 친구가 나한테 장학금을 줄 것도 아니고, 유학 경비를 지원할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이런걸 물어볼까..
이어지는 멘트는 간단했다. "뭐좀 부탁할게 있는데.." 역시나였다. 이야기는 간단했다. 학교 정보통신처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프로그램을 대여하거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대상은 '대학원생'에 한정되어있단다. 그래서 마침 생각난 대학원생이 나였단다. 더 웃긴건, 그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자기 메일로 보내달라는 소리였다. 내가 소프트웨어를 잘 모르긴 하지만, 얼핏들어도 1기가는 넘을듯한 그 프로그램을 메일로 보내달라니.. 짜증이나서 소리지르려는걸 간신히 참고... "내가 니 조교냐?" 라고 그냥 한마디 했다. 착하게 살기로 했으니, 어려운 부탁 아니니 알았다고 했다. 프로그램 다운로드 받아서 DVD에 구워놓을테니 학교로 와서 받아가라고 했다. 언제쯤 올거냐는 물음에 자기가 이따가 연락한단다. 누가 아쉬운 상황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싸무라이 형님과 공학원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올라오는 길에 전화가 왔다. 도서관앞에서 보자고 했다. 공학원에서 도서관 올라가는 그 짧은 시간동안 전화가 두번이나 왔다. 언제 올라오느냐고?.... 이건 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시츄에이션이었다. 착하게 살기로 했으니, 화를 억누르고. 그 친구를 도서관 앞에서 만났다. 싸무라이 형님과 도서관 연구실로 올라가면서 그 친구는 이거저거 꼬치꼬치 캐묻는다. 대학원에서는 뭘 배우느냐에서부터, 지금 대학원 몇학년이야? 라는 무식한 소리도 함께.. 뭐 어쨌든, 프로그램을 담은 DVD를 주니, 자기 집에 있는 DVD롬이 되는 컴퓨터가 없으니 USB에도 담아달란다. 또 한번 화를 억누른다. 도대체 제 정신인지 모르겠다. 어쩜 그리 당당할 수가 있을까.. 다시 한번 화를 억누르고... 졸업하고 뭐 할꺼냐 묻길래 박사과정 진학할꺼라고 말해줬더니, 그럼 너 교수하는거야? 교수하려고 공부하는거야? 라고 또 무식한 소리한다. 다시한번 화를 억누르고.. 박사과정은 어디서 할꺼냐고 또 묻는다. 언제부터 나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았다고 그렇게 자세하게 물어본다. "미국 유학 준비하고 있어" 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 날의 하이라이트는 그가 던진 바로 이 한마디 였다. " 너 영어는 할줄 아냐?"......... 이건 그냥 물음이 아니었고, 비아냥을 넘어선 조롱이었다. 결국 이말은 "너 같은 놈이 무슨 공부냐?" 라는 말이었다. 예전같았으면, 이말을 듣고, 세상에 모든 욕지거리를 퍼부어주었을 테지만... 그럴수록 내 손해라는 걸 알기에, 그냥 "너보다는 잘하겠지"라고 대답했다. 지난주 금요일.. 세번 참으면 살인을 한번 면한다고 하던데... 이날은 몇번을 참았는지.. 이런 비아냥과 조롱은 심심찮게 당해왔는데, 조금은 속된말로 이야기해서, 나를 잘 알지 못하는, 나를 조롱할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나에게 비아냥 거린 시츄에이션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가 공부하는데 책 한권이라도 사줄 거 아니면 내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말라" 고 응수하곤 했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포기했다. "그래 너는 짖어라. 나는 책 읽고 글 쓴다." 라고 속으로 되뇌인다. 이런 시츄에이션을 겪고 싶지 않아서 그래서 同學 이외에는 별로 대화를 하지 않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래저래 씁쓸했다.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녀석에게 덕을 쌓는다 치고, 도움을 주려했던 내가 참 후회스러웠다. 그냥 이 날 그의 전화는 늦게, 아주 늦게 확인한 부재중 전화의 하나로 기억되는게 그에게나 나에게나 꽤 좋았을 듯 하다. 그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의 행동을 통해 나는 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 한낱 도구에 불과했을 뿐이고. 그의 말장난의 상대가 되었다. 내가 그에게 썼던 시간과 호의가 매우 아까울 따름이고, 이제 그는 내 기억속에서 지워질만한 충분한 근거를 제공했다. 점점 느끼는 거지만, 세상에 이기적인 사람이 너무 많다. 한살 한살 먹으면서 체득하는 거지만, 그런 사람들 하나하나씩 지워가면 될 듯 싶다.
원래 영화관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아바타를 보러갔다. 원래 공상과학 영화 끔직이도 싫어하지만, 입체영상에 냄새에 흔들리는 의자까지 4D 영화라니... 그렇게 아바타를 봤다.
아바타를 보면서 내내 든 생각은, 작년 이맘때의 용산의 아픔이었고, 지금도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그러나 우리는 알지 못하는 어느 재개발/신도시 공사현장이었다. 사람이 죽어나가고, 먹고살게 없어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가진자는 없는 자를 착취한다. 이 착취의 매커니즘은 옛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아흔아홉개 가진 놈이 한개 가진 놈거 빼앗아 백개를 채우려는 심보"다. 영화의 줄거리야 다들 알테지만, 영화속에서나 현실속에서나 우리는 내가 더 잘 살기 위해서 남을 짓밟고 죽여도된다는, 이런 더러운 매커니즘이 아무렇지도 않게 당연시되는 병신같은 현실에서 살고 있다.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수능 모의고사 언어영역에 듣기평가에서 들었던 어느 인디언 추장의 말 역시, 영화 아바타 속의 나비족의 말과 다르지 않았다. "너희 하얀사람들이 우리에게 땅을 달라고 하지만, 땅은 우리의 것이 아니며 물, 바람, 햇살 모두 다 자연의 것이다." 라고 말했던 인디언 추장. 결국, 힘 없고 돈 없고 가진 것 아무것도 없는 사람은 아바타 영화 속 원주민들처럼 장렬하게 싸워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더러운 세상이다. 영화 속 원주민들은 그래도 탐욕스런 인간들을 추방시키기라도 했지. 이거 원, 현실 속 세상에 더러운 인간들은 점점 더 늘어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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