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월에 선생님의 책 일본어 번역판이 나왔다. 그의 책 중 한권이 일본어로 번역되어 나왔는데, 선생의 연구실에 7권 정도 계속 책장에 꽃혀있었다. 지지난주에 그는 나에게 본인의 은사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그들의 주소를 찾아줄 것을 부탁했다. 선생의 은사들은 이미 은퇴하여 소일하며 살고 있는 양반들이라지만, 그래도 제자의 책이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나온 것을 받아본다면 그것만큼 큰 보람은 없을 듯 했다.
그래서 7권 중 1권은 본인 소장용으로 나두고, 선생의 은사 3분, 동료연구자 3분 이렇게 주소를 건네드렸다. 그러나 주소를 찾아드린 것은 결국 그냥 없었던 일이 될 듯 싶다. 6권 중 세권은 지난 주에 소진되어버렸다. 한 권은 총장에게, 한 권은 부총장에게 그리고 또 한권은 대학원장에게 갖다드렸다. 나머지 세권이 은사들에게 갈지, 동료연구자들에게 갈지 알 수는 없지만. 선생도 역시 사람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총장과 부총장. 대학원장. 이 양반들이 그 책을 펴보기나 할까......
가을학기 개강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간다. 그 동안 주말다운 주말을 보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주말도 마찬가지다. 주말 뿐만이 아니라, 늦잠은 꿈도 못꾸고, 밤 세워 책을 읽기도 쉽지 않다. 평일 아침에는 새벽반 중국어 학원을 다녀야하고, 주말 아침에는 외국어학당 중국어 회화반을 다녀야 한다. 이게 다 미래를 위한 투자려니 하고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버텨내고 있지만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건 이제 나도 서른 즈음에 왔다는 신호일 게다.
지난 몇주,아니 몇달은 정말 정신없이 지나갔다. 학술회의 진행조교를 맡아서 정신없이 뛰어다녔고, 원치 않는 수업에 끌려들어가서 콩글리시로 발제문을 매주 쓰고, 콩글리시로 매주 20분씩 발표를 해야했다. 정작 내 공부는 하나도 못했다. 머리 속에 만리장성만 가득할 뿐, 이걸 글을 읽고 정리해내야하지만 쉽지 않다. 문득 대학원에 왜 온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남들만큼 그러저럭 밥벌이 하면서 퇴근 후 소주 한잔 걸치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나 하면서 '행복'하진 않아도 '우울'하지는 않은 삶을 살 수도 있었는데, 뭐하러 이런 고생을 하고 있나 싶다. 회사 다녔으면 한 달 월급도 아니되는 금액을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주면서 6개월을 개처럼 부려먹는 구조는 도무지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해서 뭐 어찌 할 도리는 없다만, 공부를 좀 하게 내버려두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간절하다. 책이라도 좀 읽어야 수업도 따라가고 교수의 질문에 대답도 하고 문제제기도 할 수 있지만, 1주일 내내 이일 하고 저일 하는 사이 시간은 금방 가버린다. 그저 '대학원생'은 '가방 맨 직장인'에 다름 아니다. 나는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잔뜩 일을 시키면서 "일을 좀 배워" 라고 외치는 선생과 띵까띵까 놀면서 돈 받아먹는 불성실한 교직원들이 대학원생을 '일용직 노동자' 취급할 때면 " 나는 공부하러 대학원에 왔다!" 라고 핏대 높여 소리쳐 주고 싶지만, 현실은 또 현실인지라. 결국 약자만 뒤집어쓰고 뒤에서 소리없이 울어야하는 이 현실이다. 지지난주에 있었던 웃기지도 않은 그 학술회의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매우 많지만, 뭐 부터 해야할지 정리가 안된다. 진득하니 앉아서 공부를 해본게 벌써 1달,2달? 전인지 헷갈리는 걸 보면 회복하는데 참 오랜 시간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중국어는 조금 늘었으니, 이 또한 '행복'이 아니던가?
빌어먹을 인권.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하는데, 내가 지금 있는곳에서는 평등이니 자유니 박애니 하는 말들은 오직 '강의실'에서만 이야기 될 뿐, '강의실'을 벗어나면 인권이고 나부랭이고 없다. 그저 시키면 시키는대로, 없는 것도 있는 것으로 있는 것은 없는 곳으로 만들어버려야하는 '공작소'.
제발, 기본적인 인권이라도 주장할 수 있어야 하건만, 미래 앞에 인권은 사치에 불과하다. 사람답게 산다는게 어떤건지 뼈저리게 느끼는 요 며칠 사이. 왜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을까?. 저는 사람답게 살고 싶습니다. |
카테고리
전체
NOTICE 나의 노래 Homo Politicus Homo Economicus Society Global View Save the Earth Blogosphere 生의 한 가운데 행복한 책읽기 사람이 희망이다 삐딱이의 시선 메모장
최근 등록된 덧글
ㅋㅋㅋㅋㅋㅋㅋㅋ
by 암나 at 09/13 저는 후배중 한명이고 저.. by ㅁ at 09/13 이런글 쓰면서 허세부릴.. by 아무것도 at 09/13 새까만 후배가 글씁니다... by 헐 at 09/13 그런 시간 강사나, 비.. by 초하(初夏) at 09/03 훌륭한 달구오빠 나도 좀.. by 219 at 08/27 asdfas]df by fds at 08/21 최근 등록된 트랙백
★ 친구나 우정
by 초하뮤지엄.넷 choha.. 6.25 전사자 유해 발굴 .. by 정책공감 - 소통하는 정.. 한국전쟁(6.25 전쟁) 5.. by Image Generator V4 보도방 성매매 알선한 .. by Green Monkey Blog** [성윤리] 불륜, 그 참.. by 진리의 길 간통죄 by Zihuatanejo 볼펜-으로 이어질 블로그링 by blogring.org 메뉴릿
이글루링크
이글루 파인더
태그
학교
부이
학생이주인되는
지오반니아리기
장기하
톈진
장춘
대학원생
시간강사
바퀴벌레인생
베이징
친구
공공의적
엘리트의식
만주
허위
수잔보일
진중권
중국
폴포츠
연고전
구조조정은
겸임교수
꿈
노무현
GiovanniArrighi
달이차오른다
교직원
대학교직원부터
불쌍한비정규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