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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은 멀고, 길은 보이지 않는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끝이다. 돌아갈 곳은 없다. 새 길을 내자. 내가 먼저 가장 먼저 걸어갈 길을. 지금 서 있는 곳.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앞으로 갈 길을 찾아야 하는 곳.
요즘같이 몸이 힘들고 마음이 힘들 때 일수록, 옛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외솔관 지하에 모여앉아 민주주의가 어쩌고, 통일이 어쩌고 떠들어대면서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까 저 책을 읽어보면 좋을까 , 그리고 이 책은 이렇게 말하는데, 저 책은 다르게 말한다는 둥. 학생운동은 왜 필요하며, 통일운동은 왜 중요한가 등등에 대해 나이 불문, 학번 불문 하고 떠들어 댔던 선배,동기, 후배들 말이다.
그 시절, 그 친구들이 그리운 이유는 내가 지금 그 때 가졌던 사람에 대한 믿음, 열정이 없기 때문인 듯 싶다. 나이 서른에 가까워올 수록, 자꾸 사람을 평가하게 되고 멀리하게 된다. 이십대 초반, 그 친구들과는 돈이 없어도 마음 편히 즐겁게 놀고 공부하며 사회에 참여하던 그 때와는 정말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듯 하다. 가끔씩 옛 친구들 소식을 듣는다. J형은 계속해서 사회운동을 한다고 하고, W누나는 중학교 국어선생님이 되었다 하고, D는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L은 임용고사를 준비하며. C는 삼성전자에서 이제 곧 대리가 된다고 한다. O누나는 중국으로 떠났으며, A누나는 여전히 떠돌고 있다 한다. 추운 겨울을 싸구려 전기 장판 하나에 의지해 외솔관 지하 동아리방에서 보내야만 했던 한총련 대의원 출신 수배자 K형은 소식을 알 수가 없다. 그나마 자주 볼 수 있는 S형은 교직원으로 일한다. 공부하는데 인쇄비가 많이 든다는 내 푸념을 들은 S형은 본인 사무실에 직원들이 모두 퇴근하기를 기다렸다가, 나를 불러서 필요한 논문들을 인쇄해 주었다. 살기 힘들수록 옛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각자의 길에서 다들 잘 살고 있겠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옛 친구들을 잊고 있었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 소식을 TV뉴스를 통해 들으면서, 마음이 참으로 거북했다.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안타까운 생각들... 파란만장한 그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그의 생전에 나는 그의 열렬한 지지자도, 반대자도 아니었고, 그저 푸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과 행동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이런 노짱의 인상을 보고 좋은 대학 나오고 좋은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으로서의 체통이 없다고도 했지만 말이다.
작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뵐 기회가 있었다. 물론 기회가 있었지만, 가까이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노무현을 만나고 돌아오는길>> 그 때 만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다. 그가 했던 많은 일들, 그가 시도했던 많은 개혁들. 남들과는 다른 생각으로 행동했던 노무현. 그가 5년의 임기를 마치고, 고향에 내려가서 했던 말을 잊지못한다. ""잘 하면 어떻고, 잘 못하면 어떻습니까. 저는 그저 열심히 했습니다."" 편히 쉬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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